이번에도 이와이즈미는 피하지 않았다. 오이카와는 탐정인 자신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도둑을 보고 당황한 것 같았다. 애초에 이번 목표는 지혜의 보관(寶冠)이 아니었다. 이와이즈미는 반쯤 깨진 가면을 쓰고 씨익 웃고는 오이카와의 손목을 잡아챘다. 오이카와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모든 걸 알아챘는지 묵묵히 자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이제 봐주는 거지?”
“… 회포는 나중에 풀고 일단 건물에서 나가자.”
“그래,”
건물을 가득 채운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소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건물을 빠져나가는 두 사람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처음 만난 건 보육원에서였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붓고 양 볼은 잔뜩 붉어져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는 부모님이 자신을 곧 찾으러 올 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도 없는 구석을 찾아 훌쩍거리며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그런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는 너무 신경 쓰였다. 그는 놀이시간에 친구들을 뒤로한 채 뒷마당 끝에 있는 나무 아래 기대앉아 울고 있는 오이카와를 향해 걸어갔다. 느껴지는 인기척에도 오이카와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한 번도 이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손으로 그렇게 눈을 비비면 안 돼.”
이와이즈미는 자신의 손으로 조심스럽게 오이카와의 손을 잡아 내렸다. 놀랐는지 오이카와의 눈이 커다래졌다. 하지만 곧 쌀쌀맞게 이와이즈미의 손을 쳐내고 고개를 팩하고 다른 쪽으로 돌렸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는 잔뜩 물기를 머금고 있었고, 또 쉬어있었다.
“너도 내가 불쌍해?”
“난 네 이름밖에 모르는데 어떻게 불쌍하고 말고를 정하냐. 그리고 여기 있는 애들 중 안 불쌍한 애가 어딨냐?”
이와이즈미 말에 그제야 오이카와는 그를 쳐다봤다. 아직도 눈가에는 습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아까처럼 쌀쌀맞지는 않았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세면대로 데려갔다. 오이카와는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손으로 눈가를 꾹꾹 눌렀다. 그가 수건을 찾아 여기저기 둘러보자 이와이즈미가 자기 티셔츠를 앞으로 쭉 잡아당겼다.
“… 이거라도 빌려줄까?”
“푸핫,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오이카와는 잠시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이와이즈미의 마음 한구석에 새겨졌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붉은 눈가로 맑게 웃는 그 얼굴이 좋아서 이와이즈미도 마주 웃었다.
“저기, 넌 이름이 뭐야?”
“빨리도 물어본다. 이와이즈미 하지메야.”
“앞으로 잘 부탁해, 이와쨩.”
“설마 그거 내 이름은 아니지?”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너무 기니까.”
그 뒤로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오이카와가 가는 곳에는 이와이즈미가, 이와이즈마가 가는 곳엔 오이카와가 있었다. 실과 바늘처럼 항상 같이 다니는 두 사람이 못마땅했는지 다른 아이들은 오이카와가 혼자 남을 때를 기다렸다가 시비를 걸곤 했다.
“너 때문에 이와이즈미가 우리랑 놀 생각을 안 하잖아.”
“첫날부터 울기만 했던 놈이 이제 와서 기세등등이냐?”
“헤, 울보카와라고 불러줄까? 왜 이번에도 징징 짜보지, 응?”
사실 그들은 새로 들어온 오이카와가 여자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은 게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았다. 잠시 얘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사이 이와이즈미가 나타나 애들한테 한 방씩 먹이고 자기한테 괜찮냐고 물어왔다. 선수를 빼앗긴 기분도 있었지만 헐레벌떡 달려와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얼굴이 썩 괜찮다고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그래서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치근덕거리기 시작했다.
“이와쨩!”
“어, 왜 불러?”
“이와쨩은 내가 제일 좋지?”
“뭐―, 읍!”
“난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어. 응응.”
‘이 손 떼라.’
자신의 입을 막은 오이카와의 손을 잠시 노려보던 이와이즈미가 그를 쳐다보든 말든 오이카와의 치근거림―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행동을 이렇게 정의했다―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되는 치근거림에 이와이즈미의 얼굴은 늘 붉어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서 이런 장난을 치니 그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장난이라는 걸 알아서 괴롭기도 했지만 좋다는 감정이 더 컸다. 이와이즈미가 겨우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이별이 찾아왔다.
“네가 이와이즈미니?”
“맞는데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보자 떨리는, 하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이와이즈미의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평소처럼 오이카와랑 아침을 먹고 놀려고 마당으로 나왔는데 자시만 이곳으로 불려왔다. 심지어 여기에 오기 전에 세수와 손 씻기, 옷까지 갈아입어야 했다. 그간의 경험상 이건…….
“이제야 찾아와서 미안하구나. 난 너희 아버지께, 아니지 부모님께 신세를 졌던 사람이란다. 늦었지만 지금에서라도 너와 함께 살고 싶구나.”
“저기…!”
“어머, 잘됐네요. 어떻게 이런 인연이! 하지메는 착한 아이니까 아마 잘 적응할 거에요.”
원장이 이와이즈미의 말을 끊고 대답하자 남자 역시 밝게 웃었다. 애초에 그의 의견 같은 건 들어갈 틈이 없는 것 같았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남자는 오해했는지 너무 늦게 찾아와서 미안하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어른들은 이와이즈미를 놔줬다.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마당으로 향했다.
“… 알겠지? 한 번 더 덤비면 죽는다.”
오이카와 주변에 또 남자애들이 몰려있자, 이와이즈미는 뛰기 시작했다. 저 놈들이 치사하게 자기가 없는 틈에 오이카와를! 하지만 가까이 가자 오히려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건 오이카와였다. 뚜둑하고 뼈 소리가 났다. 다른 애들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와이즈미가 뒤로 다가가서 오이카와의 어깨를 툭툭 쳤다.
“또 뭐야! …이와쨩?”
“그래 앞으로는 덤비지 않을게.”
“악, 다 본 거야?”
이와이즈미가 애써 웃음을 누르며 오이카와에게 답했다. 웃음을 누르자 꾹꾹 눌린 상태로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숨기지 못한 웃음을 오이카와도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당황해서 애들이 사라진 자리와 이와이즈미를 번갈아보더니 푹하고 한숨을 쉬었다.
“언제 온 거야?”
“방금.”
“… 역시 가는 거지? 잘 됐다.”
“예전이 더 낫네.”
“뭐가?”
“슬프던 짜증나던 그냥 나한테는 솔직하게 해도 돼.”
이와이즈미를 보고 축하한다며 방긋 웃던 오이카와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갔다. 두 눈썹이 축하고 내려갔다. 고개를 푹 숙인 그는 이와이즈미의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코를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가는 거야? 안 가면 안 돼?”
“… 나도 가기 싫어.”
계속 같이 있자고 하더니 자기 두고 혼자 가는 거냐며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툭툭 쳤다. 이와이즈미가 그런 오이카와를 품으로 당기자 곧 어깨가 축축해졌다. 이와이즈미는 잘 우는 오이카와가 걱정이 됐다. 자신이 없어도 괜찮을지 말이다. 속이 쓰렸다. 그런 마음을 뒤로하고 이와이즈미는 씩 웃으며 말했다.
“아까 보니까 걱정 없이 떠날 수 있겠어.”
“킁, 뭐가?”
“아무리 봐도 네가 나보다 센 것 같은데?”
“….”
그제야 고개를 든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이와이즈미의 멱살을 잡았다. 이와이즈미는 놀랐지만 역시 붉어져 있는 오이카와의 눈가가 더 신경 쓰였다.
“너, 나 잊어버리면 죽는다.”
“걱정 마. 나 기억력 좋으니까.”
“만나러 오는 것도 잊지 말고.”
“알았어.”
말하다 서러웠는지 오이카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붙어 있다가 밤에도 두 손을 꼭 잡고 잠이 들었다. 헤어질 때가 됐을 때는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나중에 또 볼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이와이즈미가 입양된 곳은 부잣집이었다. 남자는 이와이즈미에게 아버지의 일을 설명해줬다. 태어나고 바로 입양되었던 이와이즈미는 그제야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이와이즈미의 아버지는 괴도였다고 한다. 그는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의 집만을 노려 재산을 훔쳐냈고, 그를 이용해서 가난한 자들을 몰래 돕고 있던 것이다. 경찰에서는 신출귀몰했던 그의 정체를 잡지 못했고, 항상 그는 가면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이게 그 가면이란다.”
남자는 상자 속에 고이 보관되어있던 가면을 꺼냈다.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남아있었다. 남자는 이와이즈미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었고 그 뒤 그를 보조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과 경찰의 추적으로 인해 몇 년 동안 그의 곁을 떠나있었고, 돌아왔을 때야 이와이즈미의 죽음을 들었다고 한다.
“이게 아버지 거였다고요?”
이와이즈미는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가 도둑이었다니…. 문득 오이카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도둑을 싫어했다. 그의 집에 찾아온 강도가 부모님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와이즈미는 입술을 잘근 물었다. 만약 내가 아버지 일을 물려받는다면 오이카와는 나도 싫어하게 되는 걸까. 그런 이와이즈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그에게 부탁했다.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으시겠다면 제가 온 힘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꼭 해야 하나요?”
곤란한 표정으로 이와이즈미는 가면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 일을 물려받게 될 거라는 걸 말이다. 가면을 보는 순간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사람들의 재산만 노리는 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중에 결정할게요.”
그렇게 어른이 된 이와이즈미는 아버지처럼 괴도 일을 시작했다. 아버지의 것과 똑같은 가면을 쓴 이와이즈미는 조수였던 남자가 주는 정보를 토대로 재산을 훔쳐냈다. 다행히 그는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어서 쉽게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와이즈미, 이번에도 수고했어.”
“이번 건 좀 아슬아슬했지.”
“그게 이번부터는 탐정이 끼어들었다고 하던데.”
“탐정?”
“여기.”
이와이즈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넨 건 하나마키였다. 하나마키는 아버지의 조수였던 남자의 아들이었다. 이와이즈미는 하나마키가 준 신문을 보고 놀랐다. 거기에는 오이카와의 사진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에는 ‘명탐정 토오루, 이번에도 한 건 하다!’라고 크게 실려 있었다.
“요즘 그 녀석 때문에 일하는 게 좀 더 아슬아슬해졌어.”
“… 우리 다음 목표물이 뭐였지?”
“아마 지혜의 보관이었지? 그 왕관 말이야.”
“이번에는 실패해도 괜찮지?”
“뭐?”
“얘, 내가 아는 애야. 꼭 할 말이 있어서 그래.”
하나마키는 놀랐다는 눈으로 이와이즈미를 바라봤다. 이와이즈미의 눈에는 그리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애정도.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이와이즈미는 종종 자신이 왔던 보육원에 가자고 졸랐다고 했다. 하지만 간 곳에는 그가 찾던 게 없었던 모양인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몇 번을 찾아가 원장님께 어떤 아이의 행방을 물어도 이미 입양된 뒤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일, 제가 할게요.’
‘드디어 마음을 정한 거냐?’
‘대신 그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세요.’
‘…그건 안 된다. 나중에 네 아버지를 볼 면목이 없어.’
‘….’
이와이즈미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분명 남자라면 오이카와가 어디에 있는지 단숨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거절했다. 이미 자신이 오이카와를 그렇게나 좋아하고 그리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괴도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이와이즈미는 멈추지 않고 오이카와를 찾았다. 고아원 부근부터 천천히 꼼꼼하게, 하지만 이렇게 신문기사에 날 줄은….
“너도 알고 있지, 하나마키.”
“… 그래, 알았다고. 이번엔 내가 도와줄게. 마침 아버지도 이번 일은 나한테 맡긴다고 하셨으니까.”
“고맙다.”
밝게 웃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에 하나마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픽하고 미소 지었다.
***
이와이즈미는 8층짜리 건물에 잠입했다. 지혜의 보관은 이 건물의 최상층에서 내일 전시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지하 3층과 지상 5층으로 되어있는 건물이었는데 2층과 1층 그리고 지하 3층에 입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목표는 오이카와였다. 그는 미리 와서 오이카와가 어디쯤 있는지 살펴봤다. 그는 경찰들 근처에서 같이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뭐가 잘 안 풀리는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곤 했지만 말이다. 오이카와가 무리로부터 떨어지자 이와이즈미 역시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짜증 내는 얼굴도 예전이랑 똑같네.’
이와이즈미는 미소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모습을 그의 앞에 드러냈다. 예전에 오이카와의 주먹을 피하지 않은 것처럼 이번에도 그에게 맞아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도둑이 된 걸 안다면 오이카와에게 맞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야, 혹시 너, 네가 도둑이야?”
“오랜만이야, 오이카와.”
“잠깐, 오이카와라고?”
“그래.”
이와이즈미는 가면을 벗었다. 오이카와는 아직도 감을 잡지 못했는지 그의 얼굴을 구석구석 살폈다. 올리브빛 눈과 마주하고서야 기억이 났다는 듯 갈색 눈이 빛났다. 그리고 이와이즈미의 예상처럼 주먹이 날아왔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가면의 아랫부분이 깨져 바닥에 떨어졌다.
“이 미친놈이! 네가 도둑이었어?”
“하지만 남들한테 해를 끼치지는 않았는걸.”
“내가 얼마나 도둑을 싫어하는지 알면서도….”
“거기엔 사연이….”
“꼴 보기 싫으니까 한동안 내 앞에 나타나지마.”
오이카와는 많이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와이즈미가 있는지 뒤를 돌아 확인했다. 오이카와는 그제야 묻혀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제야 자신을 향해 웃던 이와이즈미, 우는 자신을 달래주던 모습, 걱정하는 모습…. 보육원에서 나오고 나서는 사는 데 급급해서 그에 대한 기억을 봉인해뒀다. 기억이 나면 고통스러웠으니까. 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뭐? 도둑? 오이카와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내 눈앞에 보이면 체포할 거야.”
그런 오이카와를 바라보던 이와이즈미는 기다리겠다는 한 마디를 남겨둔 채 몸을 감췄다. 사실 너라면 체포당해도 좋다는 표정이라 오이카와의 얼굴이 한 번 더 일그러졌다. 비록 고백은 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 자신들은 연애를 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와이즈미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오이카와가 화났지만 금방 자신을 받아들여 줄 거라는 걸. 그래서 그는 웃는 얼굴로 5층으로 향했다. 기왕 온 김에 보관도 가져갈 생각으로.
“거기 꼼짝 마!”
“!”
“그동안 네가 우리 고생시킨 것만 생각하면 아주…,”
하지만 너무 들떠있던 게 실수였다. 이와이즈미는 경찰과 마주했다. 다행히 한 놈이었다. 경찰이 이와이즈미에게 총을 겨눴다. 남자가 잠시 무전을 하려는 사이 이와이즈미는 자리를 피했다. 건물 밖으로 나선 그의 눈에 오이카와가 보였다. 그의 허리춤에 달린 무전기에서 도둑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이제 봐주는 거지?”
“하여튼 이와쨩은 나 없으면 어떻게 사려고 이런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 줘.”
“이와쨩, 나 탐정인 거 안 잊어버린 거 맞지?”
“그래,”
건물을 가득 채운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의 고함소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야 그들의 연애가 시작되려하고 있었다.